▲ 광주극장 정면 출입구 ⓒ광주극장

”옛 것은 만들 수 없습니다“ 는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슬로건이었다. 2016년부터 7년 동안 원주시민들과 전국의 영화인들이 연대해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살리기 위한 문화운동을 벌였으나 새로 들어선 민선 8기는 이를 단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60년이나 된 원주시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이고 원주시민들의 상징적 문화공간인 아카데미 극장을 허물고 주차장을 지어 원도심을 활성화겠다는 것이라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지난 시장의 일이었기 때문이란 것을.

우리에게도 1935년부터 100여 년 가까이 영화 상영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 광주극장이 있다. 광주극장이 낙성식을 한 1935년 10월 1일은 광주가 광주읍(光州邑)에서 광주부(光州府)로 승격 한 날이었다. 일본인들이 세운 극장에서 일본어 대사를 알아먹을 수 있는 사람만이 극장구경을 할 수 있었던 시대에 광주극장은 조선인이 세운 호남 최초의 극장이었다. 도청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이 모여 살던 충장로 1가가 아니라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이 살던 충장로 5가에 광주극장이 위치한 이유이다.

조선인들이 모일 수 있었던 합법적(?) 공간이었기에 해방 후 1945년 8월 17일에는 조선건준 전남위원회 결성식이 10월에는 <해방기념 축하 대공연>이 광주극장에서 열렸다. 2003년 전국 최초로 예술영화전용관에 지정된 이후에는 영화광뿐 아니라 문화예술과 인문학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모여 세상과 이웃의 걱정과 근심을 함께 나누던 인문예술공간이기도 했다. 광주문화재단이 2011년 설립되었는데 그 전까지 광주 문화예술관련 소식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광주극장이었다. 지금도 광주극장 포털사이트 회원수는 13,000명을 훌쩍 넘는다.

광주극장은 광주라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피고 그들이 영화를 보며 품었던 다른 세상, 더 나은 삶의 가능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광주사람들의 영원한 꿈의 극장인 셈이다. 대만의 감독 채명량(蔡明亮)은 2015년 광주극장을 방문해 이 극장만큼은 사라지질 않길 바란다며 극장 귀퉁이 벽에 사인을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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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동구청이 발 벗고 나섰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노후화된 광주극장 내외부 시설을 개선해 활력을 잃어버린 충장로 100년의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말이다. 물론 현재도 충장로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광주극장 옆 영화가 흐르는 골목이다. 영화가 흐르는 골목으로 비건 빵집과 독립서점, 청년 예술가 기획자의 대안공간들이 들어오며 퇴락한 원도심에 창의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부터는 영화의 집 마당을 중심으로 지구농장터까지 열리며 광주극장은 정말 지난 100년의 역사만이 아니라 미래의 꿈을 돌보는 극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들의 고향은 모두 원도심이다. 갈수록 첨단 시스템으로 옹벽을 친 외곽 지구의 고층아파트에 사는 광주 사람들에게 고향은 충장로와 금남로이다. 광주사람들이 십 대가 되어 동네 밖으로 처음 나간 곳, 영화와 연극을 보러 간 곳, 악세사리와 옷을 사고 노래를 부르러 온 곳, 5월의 광장을 뛰어다닌 곳, 친구와 만나고 연인과 헤어지면서 어른이 되고 성장해간 곳이 충장로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충장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광주극장이 우리들의 성장통을 묵묵히 지켜봐 준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광주극장에서 배웠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성장기가 충장로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광주극장 고향사랑기부제에 빨리들 동참하길 바란다. 그래서 미래에도 광주극장이 우리 모두의 고향으로 건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해 말 것, 고향사랑기부제는 출향민만이 아니라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동구 주민이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연말 세액공제와 지역 기업 답례품으로 두루 고향을 살찌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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