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꿈만 같다"...후원 끊긴 장애인 야구단, '이것'이 구했다
- 2024.07.04
- By 콘텐츠팀
광주 동구 발달장애인 야구단 기부금 덕에 존폐 위기 벗어나 목표액 3배 이상 달성 '새동력'
"제도 확산∙원활한 모금 위해 지자체 재량권 확대해줬으면"
▲ E.T야구단 단원, 교류전을 앞두고 선전 다짐
"발달장애를 가진 단원들에게 야구단은 운동뿐만 아니라 사회생활까지 배우는 소중한 모임이에요.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덕분에 야구단을 계속 운영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15일 아침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한 실내 야구연습장엔 빨간 유니폼을 입은 청소년과 청년 20여명이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광주광역시 동구 소속의 전국 유일 발달 장애인으로 이뤄진 E.T(East Tigers) 야구단 단원들이다. 단원들은 매주 토요일 아침 이곳에 나와 기초체력훈련을 비롯한 투구∙타격 연습을 한다. 특히 이날은 이달말에 치르는 교류전을 앞두고 있어 훈련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주포지션이 투수인 서지원씨(21)는 "지난 교류전에서 12대1로 졌는데 이번에 더 잘했으면 좋겠다"며 "단원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주말 아침에 나오는 것도 즐겁다"고 미소를 지었다.
▲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 일동
9년 전 결성돼 지역기업의 도움으로 운영되던 이 야구단은 지난해 기업 내부 사정으로 후원이 끊기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었다. 구청 예산만으로는 야구단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던 상황에서 동구청 직원들이 생각해낸 것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였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가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사업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이달 4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지역 취약계층을 후원하고 장애인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이야말로 지정기부 본연의 취지와 맞아떨어진다고 여겼다. 김희선 구 인구정책계장은 "직원들이 적극 추천했고 기부금사업 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구는 지정기부가 본격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해 이미 민간 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E.T야구단 지원과 광주극장 시설 개보수 등 2건의 지정기부를 시작했다. E.T야구단 지정기부엔 목표액(8200만원)을 3배 이상 초과한 2억5470만원이 모였고, 광주극정 시설 개보수 역시 목표액(5200만원)을 초과한 8408만원이 모금됐다. 이같은 성공으로 동구는 지난해 특∙광역시 기초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9억2000만원을 모았다.
김 계장은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지정기부사업을 선정하고 민간 플랫폼 등을 통해 홍보한 것이 성공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 E.T야구단
이러한 성과에 야구단 학부모들이 가장 기뻐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야구단은 단순한 체육활동을 넘어서 사회성을 기르는 소중한 경험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학부모인 이화영씨(51)는 "발달장애인들은 훈련 중 가만히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3년 넘게 야구단에서 활동하는 아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후원이 끊겨 야구단 운영이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지난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를 통해 후원받아 안심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 E.T야구단 2023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달성
동구는 올해 모금액을 E.T야구단 물품지원비와 활동비(연습장 임차비 등)로 쓰고, 초과 달성한 금액은 발달장애인 야구대회 개최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올해는 동구에 훈련할 수 있는 실내야구장을 건립하기 위해 운영비 포함 11억5000만원의 목표액을 선정했다.
동구 측은 지정기부가 취약계층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해 모금을 진행한 '위기브'홈페이지엔 "E.T야구단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형식적인 야구 훈련이 아니라 치료를 병행하는 것 같네요. 응웝합니다!" "내년에 아이들이 야구 할 수 있게 됐네요. 막판 스퍼트 내서 작은 야구장이라도 하나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등 기부자들의 응원글이 올라와 야구단을 향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무엇보다 지정기부가 확산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행정안전부 시행 지침상 고향사랑e음을 통한 기부금 모금만 장려하고 있는데 민간 플랫폼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존 지자체 사업과 중복되거나, 보조사업 매칭 재원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등 제한이 많은데, 원활한 모금을 위해 지자체 재량권을 확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
날짜: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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