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부진 겪던 日 고향기부, 민간 플랫폼으로 ‘폭풍성장’…“정부는 감독보다 지원을”
- 2024.04.03
- By 콘텐츠팀
[한·일 전문가 고향기부제 생생대담] (1) 일본 고향납세 성공비결은
민간 플랫폼 등장한 2014년이 ‘분기점’
경쟁체제 속 다양한 답례품·기금사업 탄생
“한국 ‘고향사랑e음’ 독점 운영 이해 안돼”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2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총 모금액은 약 650억원.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였지만 제도의 잠재력은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보다 일찍 고향납세를 도입한 일본도 제도 도입 초반 저조한 실적을 지속적인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극복했다.
최근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비결을 모색하기 위한 한·일 전문가 대담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대담에는 고향기부제특위 위원장인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와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 현대비즈니스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이 교수는 고향납세 전문가다. 이번 대담의 주요 내용을 3회에 걸쳐 정리한다.
▲ (좌)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 (우)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학 현대비지니스학과 교수
2008년 일본은 ‘백약이 무효’한 지방소멸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고향납세를 도입했다. 도입 초반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제도는 2014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그 배경에 민간 플랫폼의 활약이 있었다. 민간의 역량을 지방소멸 극복에 적극 활용하고자 했던 정부 의지가 이같은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고향납세는? 기부자도 지자체도 모두 ‘윈윈’
▶권선필 교수(이하 권)=고향납세와 관련한 경험이 있나.
▶이찬우 교수(이하 이)=지금은 도쿄에 살지만 이전엔 니가타현 니가타시에 살았다. 고향납세에 특히 관심 있는 지역이다. 니가타현과 히로시마현 등 고향납세에 참여한 적도 있고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회에도 참석해봤다. 지방자치단체 주최 행사나 거리에서 진행되는 고향납세 특산품 전시 이벤트도 많이 접했다.
일본 고향납세는 기부자가 (전체 기부액 가운데) 약 2000엔만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자신이 내는 소득세와 지방세에서 공제받는 구조다. 초기에는 고향에 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기부자가 원하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권=지방 주민이나 지자체가 고향납세 효과를 체감하고 있나.
▶이=그렇다. 일본도 한국과 재정체계가 비슷해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교부금을 준다. 지자체는 주민세와 기타 지방세, 지방교부금 등으로 운영되는데 대규모 산업시설이 없는 지자체는 지방교부금에 많이 의존한다.
한국처럼 일본도 대도시와 지방 사이 격차가 심각한데, 2014년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깊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기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홋카이도·아오모리·나가노와 같은 곳은 인구소멸지역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정 상황이 상당히 열악했는데 고향납세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다. 이들 지역에선 고향납세로 복지·육아 환경이 개선되면서 인구 감소 속도가 늦어지거나 인구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향납세가 지방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다.
▲ 일본 고향납세 추이
위기감 느낀 정부, 2014년 플랫폼 민간 개방
▶권=2014년 폭발적 성장 배경이 궁금하다.
▶이=일본도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한동안은 큰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불편한 기부 방식이 원인 중 하나였다. 당시는 총무성 지도 아래 만든 지자체 사이트에 기부자가 방문해 기부액과 답례품을 선택하고 결제는 지방 지정은행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12년 모금액이 직전 연도보다 17억엔이나 줄면서 위기감을 느낀 총무성은 민간에 플랫폼을 개방하기로 했다. 기부자가 민간 플랫폼에 기부하면 기부금이 지자체로 전달되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때 처음 등장한 민간 플랫폼이 ‘후루사토 초이스’다. 이후 ‘후루나비’ ‘라쿠텐납세’ 등 민간 플랫폼이 늘어나던 2014년께 기부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즉 일본 고향납세는 플랫폼을 정부가 운영하다가 민간에도 역할을 부여하면서 성공한 것 이다.
한국은 일본 고향납세를 벤치마킹해 고향기부제를 도입했는데 일본과 같은 경쟁을 배제하고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모금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 일본과 한국의 고향납세(고향사랑기부제) 구조의 차이
플랫폼간 경쟁, 지자체 협력 서로 증폭되며 ‘선순환’
▶권=고향납세는 신자유주의적 제도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이=민간 플랫폼을 활용해 모금한 지자체는 기부금의 최대 10%를 수수료로 민간에 지급한다. 수수료 시장 규모가 약 900억엔(8000억원)에 이른다.
일본에선 고향납세 성장과, 지방정부와 지방 민간기업의 성장, 지역 활성화가 같이 간다는 평가 가 나온다. 민간 플랫폼간 경쟁, 민간 플랫폼과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답례품과 기금사업이 탄생하고 있다. 지자체는 기부금 사용처를 민간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제도 신뢰성이 제고되면서 모금액이 늘고 이에 따라 답례품 시장도 커지는 선순환이 생긴다. 그뿐 아니다. 진화하는 고향납세 플랫폼은 일본 내 정보통신(IT) 산업 촉진의 기폭제 역할도 한다.
한국은 소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면서 (고향사랑e음의 독점적 체계를 유지한 채) 지자체와 민간에 자유를 주지 않는 게 이상하다. 일본엔 ‘고향납세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운영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이에 1780여 지자체 대부분이 민간 플랫폼을 활용해 모금하고 있다.
▶권=민간 플랫폼 개방에 앞서 관료와 정치인들의 고민도 많았을 텐데.
▶이=사실 고향납세 도입 때부터 그랬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총무대신이던 2007년에 입안해 2008년 도입된 제도가 고향납세다. 당시 조세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며 관료들의 반대가 많았다. 그런 지적에도 제도를 도입했는데 계획만큼 모금이 안되니 스가 전 총리의 고심이 컸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스가 전 총리는 모금 활성화를 위해 ‘공급과 수요를 혁신한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혁신적인 수요 창출을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특산품의 공급 혁신은 지자체에 권한을 일임하되, 민간 플랫폼에 홍보·마케팅을 맡겨서 수요를 창출하도록 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감독권을 갖지 말고 총무성이 지원만 하자는 방침으로 전환도 이뤘다.
출처: 농민신문
날짜: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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